숙소 ▶ Hősök tere(영웅 광장) ▶ 헝가리 국회의사당 ▶ 다뉴브 강가 산책
▶ 시장(Central Market Hall) ▶ 식당
▶ 헝가리 국회의사당 ▶ 저녁(VakVarjú Restaurant) ▶ 버스 터미널
부다페스트에서의 새 아침이 밝았다.
물론 하늘은 꾸물꾸물... 중간에는 비도 왔던 것 같다.
일광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고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녔다.
첫 번째 목적지는 9시 전이어도 여는 영웅 광장.
사실 중세 유럽사에 대해 아는 바가 일천하기 때문에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른다.
그냥 공간과 사람과 조형을 즐기러 왔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할 거 없어서 와 봤다고 하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
영웅 광장을 찍고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나오는데,
이 옆이 세체니 온천이었다.
온천 밖에도 김이 풀풀 나는 온천수가 흘렀고,
물론 들어가진 못했지만 온천욕을 즐기는 새 떼나 구경하면서 버스를 탔다.
버스가 재밌게도 트롤리 버스라서 신기했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오는 길엔 계속해서 동구권식 우중충함이 감돌았다.
근처에 내려서 국회의사당을 향해 걸어가는데, 동상 몇 개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레이건과 부시.
레이건은 냉전을 종식시켜 헝가리를 철의 장막 밖으로 나오게 해 세워졌다고 하고,
부시는 89년도에 헝가리를 첫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소련 지배 하의 헝가리로부터의 해방을 헝가리인들이 많이 원했던 것 같다.
이어서 헝가리 국회의사당 뒤뜰에는 조형물이 몇 가지 있는데,
이건 1919년 1차대전 패배 이후 혼란기에 벌어진 적색 테러 추모비라고 한다.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런저런 반공 기념비가 은근히 많다.
헝가리 사람들은 냉전기 조국을 식민지배당한 역사로 느끼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우측은 합스부르크 지배 하의 헝가리에서 봉기를 일으켰던 라코치 2세라고 한다.
여기서 헝가리인의 2번째 기저의식이 엿보이는데,
오스트리아에 대항해 주권국가를 세운 대헝가리가 그것이다.
물론 헝가리인들은 그들 영토 내의 소수민족들에게
오스트리아의 독일인들이 헝가리인들에게 그랬듯이 자비롭게 대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중부유럽 소국 헝가리가 아닐까.
요즘의 외신 기사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1956년도에 이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반공 시위를 열었고,
이후 1956년 헝가리 혁명의 도화선이 된다.
아무튼 역사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어제 볼 장 다 봐서 권태가 왔는지 별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더 열심히 보고 다닐걸...
어제 호텔에서 검색해 본 결과, 국회의사당 안을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그걸 어떻게 갈 수 없을까 하고 들어가서 예약을 하고 왔다.
시간이 오후 딱 하나밖에 없었지만 이게 어디라고.
가격은 꽤 센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
남는 시간동안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강변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
다뉴브 강에서 헝가리 파시즘 정당인 화살십자당은
이곳에서 유대인들에게 신발을 벗고 총살당하기를 강요했다.
3000명이 넘게 학살당한 이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헌화나 추모의 글귀가 이곳저곳에 쓰여져 있었다.
이즈음에서 벤치에 앉아서 물멍을 때렸었던 것 같다.
글쎄, 도시에 흐른 피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살짝 우울해지는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기분 전환할 겸 강을 따라 달리는 트램을 타고 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이건 시장 가는 길에 있는 방방면 가게.
근데 시장 사진은 없다...
사실 시장에서 산 게 기념품용 자석밖에 없었고,
관광객이 살 만한 건 그런 기념품 아니면 딱히 없었다.
전통 염장 소시지나 채소류밖에 안 보였으니까.
시장을 나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뭔가 살짝 외국 학교 푸드코트 느낌이었는데,
학생 할인도 해주고 직원이 친절했다.
아마 근처에 대학교라던가 있는 게 아닐까?
맛은 그냥 그저 쌈마이한 맛이 났다.
다시 국회로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외부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천장의 장식들은 모두 도금이 되어 있었고,
다른 조형들도 모두 궁전처럼 장중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쪽이 정문 겸 로비. 물론 우린 옆으로 어찌저찌해서 들어왔다.
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그 국민의 의지가 형상화되는 국회도 나름의 궁전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뒤에는 헝가리 왕권의 상징물 그 자체인 성 이슈트반 왕관이 있다.
2차대전 당시 헝가리 멸망 직전에 미국으로 빼돌려 보관되어 있다가
데탕트 즈음에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주권 상징물이라는 게 국회라는 건물에 맞는 물건이지 않나 싶다.
건물 설계는 상,하원 양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현재는 우리나라처럼 단원제로 하원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상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런 건물 아래서 일을 본다면 그래도 조금 진중해지고 자부심을 가지지 않을까?
어찌됐든 여기도 강변에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강 쪽 창가에 서면 다뉴브 강이 보인다.
한시간 넘게 건물 안을 빙글빙글 돌고 나니
어느덧 해가 살짝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마침 날이 맑게 개서, 사진들이 너무나도 완벽했다.
앞에 서면 압도되는 듯한 국회의사당 사진도 잘 나왔던 것 같다.
강가를 쭉 돌다가 언제까지고 물멍을 할 순 없어서 다시 시내로 들어갔다.
지나가던 길에 들린 성 이슈트반 대성당.
그냥 지나만 갔다. 헝가리 국회의사당과 함께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저녁은 나름 레스토랑에 와서 근사하게 저녁을 먹었다.
굴라쉬랑 슈바인학센, 맥주를 시켰다.
굴라쉬 맛이 그리울 것 같았다.(실제로 그리웠다.)
저녁을 먹고 이제 이탈리아로 떠나러 버스 터미널로 갔다.
여긴 지하철에 외국인 관광객만 보면 티켓 검사하려 드는 아줌마가 있어서
(걸리면 텐 따우전드 뽀린트다. 어떤 인도인 커플이 걸려서 실랑이하는 걸 봤다.)
처음에는 많이 탔는데 그 이후에는 트램이나 버스를 많이 탔었던 것 같다.
아무튼 야간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숙박비도 아끼고, 표값도 저렴하니 일거양득이 아니던가?
그리고 우리는 그 선택을 후회했다.
막상 타기 전에 유럽에서 버스 안의 짐을 열심히 훔치는 동영상을 봐서...
정류장에 설 때마다 짐이 사라질까 무서워서 잠도 못 잤고,
자다가 소매치기라도 당할까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물론 동생은 옆에서 쿨쿨...
그렇게 여행자의 친구 하스스톤(데이터 별로 안 듬)과 함께
새벽을 지새며 유럽 한중간을 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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