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유럽여행(2022.12-2023.01)

아드리아 해의 여왕, 베네치아(1/6)

.도리. 2025. 1. 3. 00:07

 

메스트레 버스 터미널 ▶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 ▶ 리알토 다리  ▶ 두칼레 궁전

▶ 숙소 ▶ 리도 섬 ▶ 두칼레 궁전 인근 박물관  ▶ 숙소

 

 

버스를 몇 시간인가 탔을까,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났을까,

슬슬 졸음이 몰려올 때인 새벽 3시경,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유럽에서 서유럽 국가로 버스를 타고 올 때는 왜인지 입국 심사를 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한 번, 이탈리아에서 한 번, 총 두 번 받았다.

아무튼 버스에 두 명 밖에 없는 동양인이라 그런지

중국인 취급을 받아 입국심사를 찐하게 받는 것 같다.

이번에는 여권을 들고 가서 10분을 넘게 안 오길래 조금 긴장했는데,

국경수비대 병사가 어디가냐고 물어서 베니스 이러다가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교정받았다.

 

 

어찌저찌 새벽 4시에 도착한 메스트레.

새벽에 열차도 안 다니는 역에서 몇 시간 동안 바들바들 떨면서

비슷한 처지의 여행객들과 불안한 눈빛을 주고받던 기억이 난다.

그 와중에 역에 있던 경찰한테 여권 검사 한번 더 받은 건 안비밀...

새벽 5시 반인가에 카페 열자마자 들어가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니 약간 안정이 되면서

이제서야 베네치아에 도착을 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 내부가 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가방은 메스트레에 맡기려고 Bounce라는 앱을 깔았었다.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은 풀 부킹이 되어 있어서 알지도 못하는 시골길을

15분간 걸어 호텔에 도착하니 우린 그런 서비스 안 한다는 대답...

돈도 내고 예약도 되어 있었는데 억까당했다는 억울함이 너무 컸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고객센터에 바로 문의 넣었더니

필리핀에 있는 상담원이 아이고 억울하셨겠어요~ 이러면서

바로 베네치아 들어가는 기차에서 돈 넣어줬다는 거.

사죄의 의미로 30% 할인쿠폰 드립니다 이랬는데 그냥 돈들어오자마자 지워버렸다.

가방은 어찌됐든 맡겨야겠다 싶어서

하루에 몇십유로씩 하는 메스트레역 공식 보관소에 넣어뒀다.

 

본토와 베네치아를 잇는 철도 위. 뭔가 인천공항 넘어가는 공항철도 느낌이었다.

 

아무튼 어찌저찌 도착한 베네치아. 도착하자마자 한 건 3일치 학생용 교통권 사기.

베네치아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육지와 연결된 다리 쪽 빼고는

차량이 다닐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신 바포레토라는 수상 버스와 수상 택시 등등을 타거나

열심히 걸어서 다리를 건너다니거나...

수질은 보이는 것보다는 꽤나 맑아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손을 담근다거나 마신다거나 할 건 아니었지만.

 

 

사실 들어오자마자 눈에 띈 건 (여기 안 찍힌) 버거킹이었다.

여기 있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아닐까?

아무튼 밤을 새서 피곤한 김에 숙소에 먼저 들어가서

조금 정리도 할 겸 가려고 했는데,

여기 길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대운하랑 숙소 근처까지는 구글신의 도움을 받으며

(바포레토도 몇 분 뒤에 오는지 등록이 되어 있었다) 잘 왔는데,

문제는 길도 좁고, 건물은 다 비슷하게 생겼으며

(우리 숙소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건 덤이다)

그 건물들을 구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건물 문 앞에 달린 주소 숫자를 구분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주소가 적혀 있다. 숫자는 임의로 뽑았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수로도, 인도도 좁아져 갔고,

더 신기한 건 물 색깔도 점점 탁해져 갔다는 거였다.

뭔가...뭔가 냄새도 나는 듯 했다. 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숙소에 들어왔고, 짐을 놓고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그래도 회복됐나 싶어서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숙소 바로 앞에 빵집이 있어서 홀린 듯 들어갔고,

그다지 배고프진 않아서 제일 색깔이 다채로워 보이는 샌드위치 하나를 샀다.

그런데 이게 비건 샌드위치였다. 보라색 빨간색 예쁘게 반짝이던 재료들은

사실 토마토랑 가지를 물에 넣고 소금도 안 넣고 데친 것들이었던 것이다.

 

빵이 끔찍하게 맛없었던 건 둘째 치고, 오긴 왔으니 관광을 해야지.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했던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광장인 산 마르코 광장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그래도 1시즈음이라 꽤 한산했다.

 

탄식의 다리 근처에서 사람 구경이나 하다가 이제 박물관에 들어갔다.

유럽이 대체로 오밀조밀하게 건물을 짓지만

여기는 진짜 제한된 공간 속에서 최대한 우겨넣은 듯 한 점이 인상깊다.

 

두칼레 궁전 내부는 천장 부조가 매우 인상적이다.

박물관의 구성품은 그저 그렇다 싶지만.

실제 도제가 베네치아를 경영했던 공간인 것에 대한 의미가 더 크지 않은가.

공화정이라 그런지, 개인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보다는

집단의 무력과 화려함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았다.

그래도 저 총은 조금 신기했다.

 

이곳의 분위기가 가장 압권이었는데,

재밌는 것은 건물의 바닥이 생기기는 분명 돌바닥인데

발을 디딜 때마다 조금 울렁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돌은 위에 덮인 장식일 뿐이고,

구조는 나무로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내부에서 전시회도 진행하고 있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탄식의 다리라던가, 그곳에서 이어지는 지하 감옥이라던가 보기는 봤지만,

이떄부터 슬슬 밤을 샌 여파로 스태미나가 떨어져가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산 마르코 광장 같은 경우는 휴대폰을 꺼내면

누가 채 갈 거 같은 불안감에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대신 사람이 조금 적고 공간이 제한된 바포레토 위에서는 편하게 쓴 듯.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일찍 들어왔다. 

숙소 뷰는 옆집과 바로 아래 뒷골목-뷰

이런 뷰도 베네치아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아마도...?

어디 인도 시골구석이었으면 이런 생각 들지도 않았겠지.

 

 

저녁은 근처 마트에서 직접 해 먹었다.

에어비앤비만 가면 요리를 해서 여행비를 아끼려는 나름의 몸부림.

하지만 손이 큰 탓에 늘 만찬이 되고 만다.

저기에 스파게티까지 먹어서(토마토 맛만 나는 소스 탓에 맛은 없었다)

배가 너무 불렀다.

 

 

숙소도 나름 괜찮은 수준... 사실 꽤 비쌌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프라이버시와 퀄리티 유지하면서 괜찮게 묵을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