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 벨베데레 궁전 ▶ 빈 전투 기념비 ▶ Sakm Bräu(식당)
▶ 빈 자연사박물관 ▶ 숙소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조금 있으면 개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이랬다는 게 반전.
안개가 내린 무채색의 도시 위에 굴러다니는 붉은색 트램이 대조적이다.
벨베데레에 도착했어도 여전히 자욱한 안개. 다뉴브 강가가 맞긴 한 것 같다.
벨베데레는 상궁과 하궁으로 되어 있는데,
유명한 작품들은 대체로 상궁에 많이 있다고 해서 상궁만 표를 끊었다.
그리고 마주친 여기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클림트의 키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었지만, 도금된 캔버스가 화려하게 빛났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작품을 지나, 난데없이 마주친 나폴레옹.
나는 이게 실물이 있는 작품인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매우 컸다. 사람 2명 높이 정도?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작품이 나폴레옹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였던
오스트리아의 수도에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아기자기안 전시물도 있었다.
구경을 끝내고 나오는 길, 날이 조금 밝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다.
가까이서는 잘 보이긴 하는데 조금만 멀어지면 바로 실루엣만 비치는 상황.
정원도 잘 단장된 거 같았는데,
갔다간 정원 구경이 아니라 미스테리 탐험이 될 거 같아서 적당히 둘러보다 나왔다.
나오자 2차대전 당시 빈 전투에서 희생된 소련군을 위한 기념비가 서 있었다.
원래는 분수도 있고 조명도 있고 해서 조금 화사하다는데,
그런 날짜나 시간대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칙칙 그 자체...
뒤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져 있어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결국엔 죽은 사람만 불쌍하게 된 거 같다고나 할까.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바로 근처에 구글 리뷰 10000개를 자랑하는 식당이 있어서 거길 가보기로 했다.
도대체 뭘 만들어야 식당이 리뷰를 10000개를 찍는지 너무 궁금했다.
브루어리 겸 고깃집이라 맥주가 유명해서 각자 한 잔씩 들고,
슈바인학센이랑 빈에 여행온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는 갈비도 먹었다.
건물 내에 엄청나게 큰 양조기가 몇 대인가 설치되어 있었다.
맛도 분위기도 괜찮으니 와보길 추천한다.
점심을 먹고 현금이 슬슬 떨어져 가길래 (지갑이 순식간에 비어갔다.)
환전을 약간 했다.
길바닥 ATM기는 위험하다길래 은행 안에 있는 ATM기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수수료가 원래 이렇게 비싼 줄 알았으면 돈 더 환전해서 올걸...
대부분을 카드로 쓰긴 했지만, 현금을 쓸 일이 이래저래 생각보다 많았다.
갔다와서 환전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적당히 넉넉하게 가져가는 것도 괜찮을지도?
물론 그랬다가 털리면 인생 망하는 거지만.
원래는 다뉴브 강가에 가서 전망대를 가기로 했는데,
안개가 이렇게 끼니 갈 수가 있나,
아쉬운 대로 링을 반 바퀴씩 도는 트램을 타고 도심 구경을 한 다음에
그제의 그 광장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반대편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갔다.
완전 문과/예술 위주 여행이었던 이번 여행에서 몇 안되는 이과 핫플레이스!
면적이 꽤 컸는데, 미술관에서는 모르는 작품이나 인상깊지 않은 작품은
그냥 패스한 반면에 이건 아니까 조금 더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초반엔 지질학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구경을 너무 오래 하느라 폐장 시간이 다 되서야 마지막 관을 둘러봤었다.
돌멩이 뒤에는 돌멩이가 아니었던 돌멩이들을 전시해두었다.
올망졸망 귀여운 것부터 파괴적인 녀석들까지.
사실 저 암모나이트도 크기가 웬만한 차량 타이어만 하다.
여기서 제일 유명한 전시품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얘는 아예 공간이 따로 있었다.
빌렌도르프가 오스트리아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거기서 나온 게 여기 전시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거기에다 생각보다 크기가 매우 작다.
숏 사이즈 커피잔에 들어갈 만한 크기라고 봐도 되겠다.
사실 이 뒤부터는 폐장 시간이 다 되어가서 주마간산 식으로 봤다.
박제 위주로 있었으니까 별 감흥도 없었고.
하나 인상깊었던 건 전시품들이 뭐랄까, 조금 제국주의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걸까.
동물원의 최초 목적이 부와 권력과 영향력 과시라는 걸 생각해보면
우리 나라 / 우리 나라 사람이 여기까지 가서 이걸 잡아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여러 신기한 소동물들. 진짜 오리너구리는 처음 봤다.
6시가 되면 시간이 다 됐다는 알람이 울리면서 사람들을 내보내는데,
이때 나가면서 찍은 장엄한 천장화와 태피스트리.
강아지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애완견이라고 한다.
이제 나오니 완연한 밤. 겨울이라 해가 너무 일찍 져서 아쉬웠다.
동쪽으로 갈수록 해가 점점 일찍 뜨기 때문에 가용시간이 줄어든다.
해가 언제 뜨고 지든 결국 6시에 닫는 건 매한가지기 때문에...
이날도 숙소에 바로 들어가서 영화나 보면서 뒹굴거렸다.
'여행 > 첫 유럽여행(2022.12-2023.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뉴브의 진주, 부다페스트(1/4) (1) | 2024.09.21 |
---|---|
경계에 선 수도, 브라티슬라바 + 예술의 도시, 빈 : 새해 (1/3) (1) | 2024.09.08 |
예술의 도시, 빈 : 새해(1) (1/1) (1) | 2024.06.08 |
예술의 도시, 빈 : 세기말(12.31) (0) | 2024.05.06 |
빙하가 녹아내린 곳, 인스브루크(3) (12.30) (1) | 2024.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