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 인스브루크 중앙역 ▶ 빈 메이들링 역 ▶ 쇤부른 궁전(Schloss Schönbrunn)
▶ 호프부르크 궁전(Hofburg) ▶ 숙소 ▶ 카를 성당(Karlskirche)
▶ 숙소 ▶ 카를 성당 ▶ 숙소
오늘도 열차 시간 맞추려 부랴부랴 새벽에 숙소를 나왔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던 치즈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며) 사진 한 장.
이날은 무지개가 자주 보였다.
몇 시간이고 달려 드디어 빈 도착! 연말 숙소를 구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저가의 호스텔 비스무리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빈대 걱정에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움직이기로 하고 나머지는 지하철역 락커 1일형!
그리고 빈에 도착하자 억까는 시작되었다.
빈에 12시즈음에 도착했는데,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쇤부른에 갔지만
오늘자 예약은 다 찼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내일 예약을 잡았다.
그 뒤 카를 성당 앞에서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놓은 공연 입장권을 수령했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척 보기만 해도 품격과 미학이 느껴지는 건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동구권스러운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것 외에도 어딜 가도 가득 찬 문화재와 옛적의 문화재들.
그리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트램들까지. 완벽하게 내 취향을 저격하는 곳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오스트리아 황가의 정궁이었던 호프부르크.
궁궐답게 역시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왕궁과 도심부를 마차가 돌아다니는데 그 때문에 말똥 냄새가...좀 난다는 것.
그런 현실적인 요소들을 제외한다면, 아름다운 곳이었다.
왕궁 내부에는 시시 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이 있는데, 왕궁 내부 구경도 할 겸 들어갔다.
뭐 사실 시시 박물관이라고 이름을 붙여 놨지만 왕국의 역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왕궁에서 사용하던 식기나 촛대 등을 전시한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없는 주제였기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지만, 휴지 공예는 인상깊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어느덧 저녁. 동쪽으로 여행하다 보니 점점 해가 빨리 짐을 실감하게 된다.
저녁이 되니 조명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석조 건축물.
어찌됐든 저녁 거리를 열심히 걸어 다음 목적지인 빈 미술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동상이 있는 광장을 사이에 두고 쌍둥이 건물인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이 마주 보고 있는데,
절제미와 조형미를 잘 살린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빈 건물이 대체로 이런 차분한 분위기인데,
그래서 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아무튼 두 건물을 잇는 다리를 짓는다고 홍보를 한참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별로일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 위로 지어진다면 사람들이 여왕 위로 걸어다니는
그런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것 같다.
실제로 지어지면 또 다를지도?
어딜 가든 있는 이집트 유물(정말 유럽 어딜 가든 있다)
슥 보면 뭔지 이름은 몰라도 어딘가 본 적은 있는 예술품들.
중앙계단의 천장화와 그 아래 동상.
이것이 미술이다, 라는 걸 보여주려 노력한 예술가의 모습이 보인다.
이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빈 미술사 박물관 특별전을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략 이런 모습의 공주 초상화를 수십 점 전시했었는데,
빈에서 이걸 보고 있다니 실실 웃음이 나왔다.
여기까진 대체로 좋았다. 문제는 요약하자면 숙소 컨디셨이 생각보다 나빴다는 거랑,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던 연주회를 못 갔다는 것.
여행 일정을 여행 직전에 살짝 수정하느라 빈에 하루 더 묵게 되었는데,
그날이 하필 오늘이었고, 원래 예약한 숙소는 오늘 숙박객이 있어서
다른 임시 숙소를 찾아야 했다. 연말 특수 때문인지 리뷰 2점대를 자랑하는 괴상한 5만원짜리 에어비앤비랑 1박에 20만원이 넘어가는 SF 스타일 캡슐호텔밖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어짜피 하룻밤인데 하는 마음으로 전자를 택했다.
짐을 적당히 벽장에 넣어놓고 공연이 열리는 카를 성당에 도착했다.
검표원한테 표를 내려 했는데, 표가 없었다. 정확히는 표를 넣어놓은 지갑이 없었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도둑맞은 걸까 하는 마음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면서 숙소에도 지갑이 없을 때 뭘 어째야 할지 마음을 정리하고, 숙소 짐을 뒤지자 놀랍게도 지갑이 나왔다! 짐 정리한다고 가방 열었을 때 가방 안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나왔던 거였다.
살짝 허탈했지만 지갑도 찾았고, 공연도 늦었지만 잘만 비비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시 카를 성당으로 달렸다.
그렇게 달려서 공연 시작 30분 뒤에 도착했지만... 못 들어갔다.
공연 시간 중에는 표를 들고 와도 절대 들어갈 수 없단다.
검표원한테 거의 울면서 하소연을 하니 Manager 이메일을 줬다.
원래 공연을 보고난 뒤 12시에 시내에서 불꽃놀이까지 구경하고 들어가려 했지만
그동안 시간 때울 곳도 이제는 없고,
진이 다 빠져 버려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거쳐야 하는 공원에서 딱 봐도 불량청소년 같이 생긴 애들이 불꽃을 튀기고 있길래 호다닥 도망쳐서 숙소 침대에 누워 버렸다.
문제는 침대 스프링에 뭔 짓을 했는지 팔만 꿈틀해도 기괴한 소리가 나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샤워장도 도대체 어떤 이유에선지 가만히 있으면 전등이 꺼지는 바람에 미친놈처럼 계속 팔을 흔들면서 불을 켜 놓고 있어야 했다.
2시간인가 잤을까? 동생이 12시가 됐다면서 깨웠다.
좁은 창 너머로 폭죽이 끝도 없이 쏘아올려지고 있었다.
아까 비행청소년(추정)들이 불꽃놀이 하던 장소에서는
폭탄이라도 터진 듯이 큰 소리가 났다.
마음이 지쳐서였을까, 동네 분위기가 할렘가 스타일이어서 그랬을까?
전쟁터에 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집과 인스브루크가 그리워지던 아찔한 연말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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