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 호프부르크 성당(Hofburgkapelle) ▶
카푸친 교회(Kapuzinergruft) ▶ 카페 모차르트(Café Mozart)
▶ 쇤부른 궁전(Schloss Schönbrunn) ▶ 새 숙소 ▶ 중심가 ▶ 새 숙소
여러 의미로 어지러웠던 연말이 지나고,
연도가 바뀐 건 인간들의 일이라는 듯 다시 아침 해가 밝았다.
이날은 일요일, 주일이었기 때문에 성당에서 미사를 한다.
호프부르크 내 성당의 미사에서는 마지막에 빈 소년 합창단이 나와서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가서 미사를 보기로 했다.
뒷자리에 서서 보면 무료다. 앉아서 보는 것도 얼마 안 하니 예약해도 좋을 것 같다.
미사는 일단 천주교 신자가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그냥 오르간 소리랑 성가 소리 듣는 맛에 서 있었다.
성악가 아저씨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신부님 설교 내용은 대략 서로 소통을 잘 해야 좋은 세상이 오고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내용.
독일어랑 영어를 교대로 읊으셨다.
빈 소년 합창단은 원래 빈 궁정성당 소속 합창단이라서
여기서 노래 부르는 게 본업으로 보인다.
듣다 보니 아무 것도 안 내고 가기도 그래서 끝날 때 쯤 걷는 헌금 주머니에 10유로.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아침이었다. 아침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하지만 바로 왕궁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귀신같이 나는 말똥냄새. 저 마차가 문제다.
다음 목적지는 카푸친 교회다.
카푸치노의 이름을 여기서 따 온 걸로 유명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다. 그게 뭐냐 하면...
합스부르크 가문 봉안당이 이 곳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 때 저 유명한 짤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내부는 미사 중인가 뭔가 행사 중이라 들어가긴 좀 그랬다.
바깥에서 사진 찍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제 예약해 놓은 호프부르크 궁전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약간 남아서 카페에 가기로 했다. 빈에 오고 나서 알았는데, 빈은 카페로 유명하다. 특히 자허 토르테의 발상지인 카페 자허가 매우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도 자허를 가려 했지만, 거기는 줄이 무슨 놀이공원마냥 길어서 근처에 있는 카페 모차르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도 줄을 서긴 했는데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대략 10분 정도 기다리다 들어갔고, 브런치 느낌으로 커피랑 케이크 하나씩을 시켜 앉았다.
럼인지 술이 첨가된 커피도 팔았는데,
이후 일정도 있고 그래서 둘 다 그냥 비엔나 커피를 시켜 먹었었던 거 같다.
맛은 그냥 커피 맛. 특별히 놀라운 맛은 아니었다.
대신에 19세기 오스트리아가 이랬을까 싶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시간이 많았다면 한 세 시간은 있었을 것.
쇤부른 표를 너무 일찍으로 끊어 놨나 싶었다.
아무튼 하루만에 쇤부른으로 출발~
왕궁 입구에 마임 하는 사람들도 있고(찍으면 돈을 달라고 한다는 괴담을 들었다)
이래저래 사람이 많았다.
독수리가 위에 서 있는 쌍둥이 오벨리스크가 인상적이었다.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흔적인지 노점이 몇 개 열려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입장~
입구 쪽에는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묘사한 석상이 몇 개 전시되어 있었다.
내부 전시품을 다 보고 나면 이제 왕궁 내 정원으로 나오게 되는데, 아까 봤던 건물의 반대쪽 방향이다.
이쪽은 건물에 반사된 햇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건물을 칠할 때 쓴 도료는 마리아 테레지아가 좋아했던 노란색으로 테레지아 옐로우라고 한다. 여름날의 모래사장 빛과도 같고, 봄철의 노란 꽃과도 같은 빛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베르사유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물론 베르사유에서는 날씨가 안 좋아서 이미지가 또 달랐겠지만 이런 화사한 모습을 이것저것 잔뜩 달린 베르사유에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왕궁 뒤에는 정원과 함께 쭉 이어지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데,
아마 이 지역 주변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언덕을 올라가면서 궁전은 점점 더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져서 정상에 오르면 궁 뒤의 대로와 그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빈 시내가 보인다.
언덕 위에는 글로리에테라는 일종의 승전 기념비가 서 있다.
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마리아 테레지아가 세웠다고 들었다.
내부에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여유가 된다면 한 번 쯤 가볼만할듯 하다.
아까까지의 궁전이 그러했듯, 제국적으로 거대하면서도 차분하고 마일드한 분위기.
언덕 위까지 올라왔다가. 이제는 정원 주위를 산책하면서 돌아서 내려왔다.
겨우살이로 보이는 나무가 겨울 하늘에 혼자 푸르게 매달려 있었다.
동화나 게임에 나오는 괴물이 나오는 숲(들어가면 못나옴)이
이럴까 싶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왜 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있는 고대 유적(아님) 들도 있고,
이래저래 취향에 맞는 곳이었다.
동생이랑 어제 있었던 어질어질한 기억은 빈에 있었던 게 아니라
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지하철에 맡겨놓은 짐도 찾고, 드디어 제대로 된 숙소 입성!
저 침대 위 베게에 있는 홈 스윗 홈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르겠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깐 쉬었다가,
밀린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하고 장도 볼 겸 다시 밖으로 나갔다.
1월 1일이라 그런지 여는 가게가 1구역에 있는 유기농 식품 판매점밖에 없어서
1구역 구경도 할 겸 해서 중심가로 나갔다.
이번 숙소는 링 바로 바깥에 있는(라트하우스 언저리였다) 곳이어서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지나친 온갖 쇼핑몰, 명품샵, 그리고 슈테판 대성당까지!
파리 이후로 너무 오랜만에 오는 대도시라 그런지 활기찬 밤 풍경이 생경했다.
숙소에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이것저것 사 온 걸 데우고, 집에서 가져온 것도 데우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전자레인지 하나로 진짜 잘해먹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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